"남편이 아직 귀가를 안했는데, 통화는 안 되고 비밀번호 오류 문자메시지가 계속 와요."
"고객님, 죄송하지만 본인의 카드가 아니면 분실신고를 하기 어렵습니다."
회사원 A씨는 새벽 1시경 만취 상태에서 강도를 당해 신용카드를 빼앗겼다.
강도는 은행의 자동 응답 시스템(ARS)을 이용해 3차례 현금 인출을 시도했으나 비밀번호 오류로 실패했고, 이 사실이 부인의 휴대전화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벽 4시경 강도는 현금인출기(ATM)에서 마이너스 통장 대출 481만9200원을, 이어 한 시간 뒤 현금 서비스로 60만원을 인출하는데 성공했다.
A씨는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 "부인이 은행 직원과 통화할 때 비밀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 가족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정보를 알고 있었는데 불구하고 분실신고가 거절된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행 측은 "전자금융거래법상 분실신고의 주체를 이용자로 국한하고 있는 만큼 상담원이 이를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은행 측은 현금 서비스 60만원을 제외한 불법 인출 금액에 대해서는 보상을 거부했다.
과연 A씨는 피해액 전부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은행과 A씨가 손실을 각각 8대2씩 부담하라고 권고했다.
A씨가 신청한 피해 보상 금액 481만9200원 중 80%(385만5360원)를 은행에서 배상하라고 결정한 것.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분실신고가 접수된 뒤 발생한 손해에 한해서 배상할 책임이 있지만, 새벽 시간에 비밀번호 오류가 연속으로 발생했는데도 이를 의심하지 않은 것은 은행의 책임이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또 A씨의 경우 사고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만취 상태에서 신용카드를 분실한 점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20%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A씨가 만취 상태에서 강도에게 비밀번호 등을 알려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