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가격이 변하는 주식시장에는 다양한 매매 기법이 있습니다.
복잡한 파생 상품 거래를 비롯해 신용 매매, 초단타매매(high frequency trading), 공매도 등 전문적인 거래들이 자주 발생하는 탓에 때때로 개인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한 큰 손실을 입기도 합니다.
증권사 돈을 빌려 주식을 샀다가 강제로 매도되는 '반대매매'(liquidation)도 그중 하나입니다.
주식거래에서는 예수금보다 더 비싼 가격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미수(未收) 거래가 가능합니다. 일종의 외상 거래로 볼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증권사 계좌에 100만원이 있는데 200만원짜리 주식을 샀을 때 3일 안에(평일 기준) 가격이 200만원 이상으로 오르면 이를 매도해 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신용 매매의 경우 1~5개월까지 상환 기간이 증권사마다 다릅니다.
그런데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예수금을 더 입금하거나 재빨리 매도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가가 오히려 더 떨어져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제날짜에 주식을 팔지 않으면 증권사에서는 이를 강제로 매도해 미수금을 회수하는데 이를 반대매매라고 부릅니다. 반대매매에는 연체료까지 더해집니다.
이때 반대매매한 이후에도 잔고가 마이너스인 경우 속칭 '깡통계좌'가 됩니다.
주식시장에서 이러한 반대매매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함께 존재합니다. 주식 거래량을 늘리는 반면 개인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지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매매를 예상하고도 이를 방치했다가 손실을 입은 A씨의 사연이 바로 그렇습니다.
회사원 A씨는 선물(先物) 계좌를 개설하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밀 선물을 매수했습니다. A씨가 주문을 신청한지 한 시간 만에 선물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증권사 직원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물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면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증권사 직원은 음성 메시지를 남긴 뒤 다시 통화를 시도했고, A씨는 "알아서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날 늦은 밤 미국 장 시작 후 A씨는 전화로 매도 주문을 요청했지만 이미 손실을 입은 뒤였습니다. 그는 반대매매가 지연돼 피해를 봤으니 이를 배상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증권사 측은 "반대매매가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하는 것이지 의무 사항이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분쟁 조정 위원회는 증권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녹취에 따르면 A씨가 반대매매 가능성을 인지한 사실이 확인되고 매도 역시 직접 주문해 이뤄진 점을 미뤄볼 때 증권사의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투자자가 위탁증거금 부족분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 증권사는 고객의 손실을 최소에 그치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지만, 당시 선물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증권사가 이를 무조건 매도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법원도 이와 유사한 판결(대법원 2003.1.10. 선고 2000다50312)을 내린 일이 있습니다. 증권사가 선물 포지션을 처분하지 않은 것은 고객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