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들은 봄이 되면 설계사들을 위한 잔치인 연도상 시상식을 연다.
한 해 동안 피땀 흘려 거둔 업적에 대해 치하하고 격려하는 시상식이다. 우수설계사들의 상기된 표정에서 그 흥분과 설레임을 읽을 수 있다.
어렵다는 보험영업시장에서 각자의 필살기와 부지런함으로 무림의 고수가 되어 시상식에 섰을 때는 감회가 남다르다고 한다.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을 주름잡는 설계사부터 통영과 제주도의 어시장을 고객으로 싹쓸이한 설계사까지 무용담도 가지가지다.
고객을 두고 경쟁이 붙거나 보험계약에 장애물이 생기면 이들은 “서방은 양보할 수 있어도 계약만은 양보 못한다”며 억척스럽게 자기들의 고객으로 만들어낸다.
남자 설계사가 등장하면서 엔화대출과 연계하는 등의 고도의 테크닉으로 크게 성공하여 벤츠를 타고 다니는 설계사도 있다. 유명연예인들을 고객으로 만들어 큰돈을 번 사람도 있다.
연도대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시행초기에는 올림픽 체조경기장 등에서 실시하는 조금은 촌티 나는 동네잔치 수준이었다.
대부분이 여성설계사였으므로 한복을 입고 머리에는 왕관을 썼다. ‘여왕’이라는 리본이 어깨에 둘러쳐지고 꽃다발이 수북이 쌓였다. 시상품은 금 몇돈 또는 몇백만원의 현금 등이었다.
시상식 풍경을 바꾼 것은 외국계보험사였다.
대졸남자위주로 구성된 그들은 본사 시상식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행사의 이름부터가 ‘Annual Award’, ‘Convention Cup’, ‘Annual Banquet’ 등으로 기존이 분위기와는 달랐다.
이들은 체육관이 아닌 호텔에서 까만 정장에 나비넥타이 또는 이브닝드레스 차림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웃고 즐겼다.
요사이는 국내사, 외국사 구분 없이 수상하는 설계사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초청하여 시상식 후 크루즈여행을 가거나 해외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시상품도 고급승용차 등으로 격상되어 대상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뜨겁다.
각 보험사는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설계사들의 잔치인 만큼 회사에서 제일 중요한 행사로 여기고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다.
한화생명의 경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직접 시상식에 참여할 정도로 격이 높아진 적이 있다. 외국계 보험사도 지역본사의 최고위 임원이 직접 참석하거나 비디오로 특별 메시지를 보내 축하한다.
행사 이름도 천편일률적인 ‘연도대상’에서 자사의 특색에 맞게 바뀌었다. 삼성화재는 ‘고객만족대상’, 미래에셋생명은 ‘은퇴설계대상‘ 등으로 특색있는 이름으로 바꾸어 시상하고 있다.
회사규모가 커지고 판매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영업단위별로 분리하여 시상하는 회사도 있다. 삼성생명은 기존 설계사 채널이외에 다른 채널들에 대한 시상을 별도로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수상한 설계사들을 우대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그들을 명예 전무, 상무 등으로 위촉하여 명예를 드높이고 편의를 제공하기도 한다. 유명대학교 등에 위탁교육을 보내서 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도 한다.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국내 보험사가 현지 진출한 국가의 경우 수상자들이 부상으로 한국의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정도로 보험사의 위상이 높아졌다. 그들은 모회사의 본사와 영업소 등을 방문하며 선진화된 시스템을 보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고 한다.
새봄을 맞아 열리고 있는 시상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설계사를 보면 축하의 말을 건네고 싶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영업하면서 겪었을 여러 가지 고통에 대해서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하루빨리 보험부문에서도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세계적인 회사가 탄생하여 보험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어깨가 활짝 펴졌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