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A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은행에서 자신의 명의로 예금통장이 발급된 뒤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 400만원이 인출된 것이다.
A씨는 얼떨결에 돈을 갚았지만, 뒤늦게 자신의 신분증이 위조된 사실을 알고 이를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한 신원 미상의 남자가 최근 A씨의 공무원증을 들고 은행에 방문했다.
그는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카드사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현금 서비스 400만원을 신청한 뒤 새로 만든 통장에 돈을 입금시켰다.
현금 서비스는 미리 알아낸 A씨의 카드 번호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무리 없이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은행에서 보관한 자료를 확인하자 이 위조 공무원증은 너무나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발급 기관이 '시장'으로 돼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구청장'으로 돼 있었다.
A씨는 은행에서 본인 확인을 소홀히 했으니 400만원을 배상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은행 측은 육안상 공무원증에 이상이 없었고 사진과 실물이 동일한 인물로 판단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민법상 은행은 예금주 본인이라고 믿을만한 외관을 구비한 자에게 과실 없이 변제한 경우 이를 유효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나(민법 제470조) 이 사건의 경우 공무원증 확인 의무를 충분히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 예금계좌 신청인이 주민등록증 이외의 신분증을 제시한 경우 금감원은 은행에서 재직 증명서나 의료 보험증을 이중으로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은행이 주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 400만원 전액을 배상하도록 했다.
한편 대법원도 이러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금융회사 직원의 주의의무와 관련, 영업점 직원은 전후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만일 거래자와 신분증상 명의자가 다른 것이 밝혀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융회사의 과실이 있다는 것이다.(대판 1998. 11. 10. 98다200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