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유인해 돈을 가로채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정해진 컴퓨터에서만 인터넷뱅킹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본인의 부주의로 사기를 당한 경우 은행에서 보상을 받지 못한 사례가 있어 조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A씨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한 시중은행의 텔레뱅킹(telebanking) 서비스에 가입하고 주민등록번호와 보안 카드 번호, 비밀번호 등을 사기꾼에게 알려줬습니다.
사기꾼은 당일 텔레뱅킹을 이용해 A씨의 계좌에서 1414만원을 다른 사람의 계좌로 이체한 뒤 돈을 갖고 달아났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A씨가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은행에서는 정상적인 텔레뱅킹 거래로 확인됐습니다.
텔레뱅킹 거래는 가입 시에 등록된 번호로 통화를 할 때에만 승인이 되는데, 사기꾼은 이 번호를 조작한 것입니다.
A씨는 "이동통신사의 통화 내역에 의하면 당시 이 번호로 통화한 사실이 없는 것이 확인됐고 은행의 전산망 허술로 인해 발생한 것인 만큼 전액을 보상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은행 측은 A씨가 비밀번호 등 텔레뱅킹 거래에 필요한 정보를 유출했고 사기꾼이 전화번호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자 피해액을 보상해 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분쟁을 맡은 금융감독원은 A씨의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전화번호의 위조나 변조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금융기관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으나, 피해자가 금융거래에 필요한 비밀번호 등을 알려준 경우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또 텔레뱅킹의 경우 은행은 주민등록번호, 계좌 번호, 비밀번호 등을 컴퓨터로 확인하고, 정보가 모두 일치하면 승인을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화번호가 위조된 사실이 확인된 경우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본인의 부주의에 따른 사고로 인정돼 보상을 받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