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후 '금융 규제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금융위원회
금융 빅뱅 원했던 당국…"땅따먹기식 안된다"
업계 "거래수요 위축…규제 완화 효과 미지수"
금융위원회가 금융시장의 성장을 저해한다고 판단되는 약 700건의 규제를 해소하기로 했다.
그동안 금융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규제 강화의 기조를 지켜온 사항들도 상당 부분 완화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 아무리 우호적이어도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금융 위기의 벽을 쉽게 넘지는 못할 것이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자본시장 규제 전면 철폐…은행·증권 빅뱅 일까=이번 규제 완화의 초점은 대부분이 자본시장 쪽에 맞춰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투자업의 인가를 단순화하고 해외 진출 후 새로운 업무를 허용해 나름대로의 빅뱅(Big Bang)적 접근을 했다"고 말했다.
큰 틀은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추고 인가 단위를 42개에서 13개로 대폭 줄이는 것이다. 또 종합 금융투자 사업자, 즉 현재 삼성·현대·KDB대우·한국투자·우리투자증권에 외국환 신용공여를 허용하고 인수 합병(M&A) 관련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자산운용업의 자문, 일임, 사모펀드 운용업에 대한 진입 장벽도 낮춘다는 계획이다.
은행의 경우 장외 파생상품 매매와 중개업이 허용되며 벤처기업, 중소기업의 자금 융통을 돕기 위해 기술평가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보증 관련 규제 중 연령 제한 등 일부를 변경한다.
신 위원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금융업이 어려운 상태이다. 양적 완화 정책으로 저금리가 계속되고 있어 은행은 예대 금리 차에 의존하는 전통적 영업 방식을 이용해 수익성을 좋은 상태로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업계에서 가져오는 땅따먹기식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수익성을 보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자산운용업의 영역을 확대하거나 대기업과 동반 해외 진출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금융 산업의 특성상 은행과 증권, 즉 금융과 산업의 분리가 어렵고 칸막이를 허무는 것이 현실적으로 안맞아 해외와 같이 모든 업종의 빅뱅을 이루진 못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금융 위기…"정책이 시장 살릴 수 없어" 우려=시장에서는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 중 대부분을 내놓았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금융업 환경 자체가 회복 기조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실제 시장에 미치는 반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 부실장은 "규제 완화의 뱡향이 틀린 건 아니지만 실제 M&A 자금 등 기회가 많을 지 의문이 드는 점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예를 들어 펀딩 코스트(funding cost)를 생각했을 때 증권사는 은행과 같은 성격의 신용공여를 하지 않는데 현실적으로 리스크 부담을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에 알려지 않은 내용이 아니라 큰 반향이 있지는 않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자기자본 상위의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는 "정책적으로는 최고 수위까지 규제 완화를 단행한 것으로 보여진다. 오래전부터 당국에서 안된다고 했던 것을 대부분 해소했다"고 평가했지만 "정책으로 시장의 동력을 해결할 수 없는 만큼 투자 및 거래 수요가 위축된 상황이라 규제 완화 효과가 나타날 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