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새벽 전격적으로 벌어진 ‘대량 보조금 살포’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현장에 조사인력을 투입하는 등 소란을 피우자 이동통신 대리점들은 올리라고 협박해서 올렸더니 이젠 올렸다고 협박한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일 새벽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꼭 한 달 만에 서울 시내 곳곳의 휴대전화 유통매장들이 출고가 79만8000원인 애플 아이폰6 16GB(기가바이트) 모델에 대해 반짝 할인을 실시, 10만 원대에 판매하자 수백 명이 줄까지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단통법에 의하면 이러한 유통대리점들의 판매행위는 대리점과 이통사가 지급할 수 있는 보조금 상한선 30만원을 초과한 불법행위로 시정명령과 함께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도니다.
이번 행사와 관련 판매점들이 위반한 행위는 단통법에서 금지하는 불법 보조금 지급, 차별금지(번호이동 고객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기기변경과 번호이동의 차별), 의무사용 기간 부여 등 위반(3개월간 의무사용 조건부 보조금 지급행위) 등이다.
이에 대해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 대리점들에 현장조사관을 파견, 보조금 지급 방식과 규모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통해 불법의 정도를 파악하고 정도가 심할 경우 정식 조사를 거쳐 거액의 과징금을 물리기 위해서이다. 현 단통법 하에서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은 매출액의 3%이므로 엄청난 규모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임원들을 긴급 호출해 “지난달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처음 발생한 이번 불법 보조금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엄중 경고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대리점들이 정부의 강력한 경고에 따라 과징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 개통한 소비자들의 기기회수는 물론 개통철회와 함께 예약신청자들의 보조금을 철회하는 등 극심한 혼란이 추가로 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대응방식이 옳은지 의문이다. 이미 한 달간의 시행을 통해 단통법이 일반 국민의 이익을 침해하고 이동통신 사업자와 단말기 제조 재벌의 이익을 독점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단통법의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난 지난달 17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동통신사와 휴대폰단말기 제조사 대표들을 불러 모아놓고 단말기 가격과 통신요금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두 사람이 이동통신사 대표를 비롯해 단말기 제조사 대표까지 한 곳에 불러 모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10월24일까지 “보조금 인상과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내 놓으라”며 “소비자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통신사들의 기습적인 보조금 인상은 정부의 요구에 부응했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태도를 돌변, 현장조사단을 보내고 과징금을 물리겠다며 관계자들을 불러 ‘엄중 경고’까지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지난달 17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의 ‘이동통신사와 휴대폰단말기 제조사 대표들에게 요구한 단말기 가격과 통신요금 인하‘는 한 마디로 보여주기(쇼)였다는 결론이다.
신촌에서 만난 이통사 대리점 관계자는 “정부가 의도하는 바를 도대체 알 수 없다”면서 “보조금이 적다며 올리라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보조금 많다고 과징금 물리고 현장조사 하겠다고 협박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정부의 생각은 특정 모델에 대해서 소수의 고객들에게만 보조금이 집중되었다는 사실을 꼬투리 잡는 모양”이라며 “그러나 지금까지 보조금 경쟁이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 비춰 정부의 진짜 속내는 ‘전국민의 호갱화’처럼 색각된다”고 덧붙였다.
‘규제는 암덩어리로 쳐부숴야한다’는 라는 대통령과 특정업종 및 재벌 기업의 이익을 독점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낸 암덩어리를 끝까지 사수하려는 주무 관청의 태도사이에서 국민들만 헛갈릴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