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패스(UNI-PASS)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전자통관시스템으로, 물품의 수출입 신고, 세금 납부, 화물 검사 등 통관 절차를 인터넷으로 자동화해 세관을 방문하거나 서류를 작성할 필요 없이 처리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유니패스는 단순히 국내 통관시스템의 자동화를 구축했다는 의미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관세청의 '효자' 수출 종목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관세청은 카메룬과 역대 최대규모의 유니패스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2억3000만 달러, 한화로 약27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수출계약을 맺은 것이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관세청은 10개국에 걸쳐 3억3560만 달러를 수출했고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페루 등의 국가에도 수출을 위해 활발히 교섭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관세청 정보기획과에서 유니패스 수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남성훈 사무관(사진, 52세)과의 인터뷰를 통해 카메룬 유니패스 수출 체결 과정을 비롯해 관세공무원으로서의 삶 등을 들어보았다.
"유니패스의 우수성, 널리 알리는 것이 내 사명"
남성훈 사무관은 국립세무대학을 졸업하고 1986년 관세청에 임용된 이래 대구·포항 등지에서 주로 조사·심사 업무를 담당해 왔으며 현재는 본청 정보기획과에서 일하고 있다.
남 사무관이 근무하고 있는 관세청 정보기획과는 우리나라 관세행정 정보화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곳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는 유니패스의 해외 보급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유니패스 수출계 직원은 남 사무관을 포함해 4명으로, 전자통관시스템 및 ICT 분야의 국제협력에 전문성을 가진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남 사무관이 주로 하는 업무는 유니패스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고 우리나라 ICT 기업이 해외에서 사업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 관세행정의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의 선진 관세행정 경험과 ICT 기술을 전수하는 컨설팅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발주되는 유니패스 구축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국제행사, 국제회의, 설명회 등에 참석해 유니패스의 우수성을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련 부처와 KOICA, 수출입은행, KOTRA 등 다양한 기관들과의 업무 협의도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다.
"카메룬에 사상 최대 규모 유니패스 수출…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남 사무관은 그동안 관세청 업무를 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로 주저 없이 지난해 9월 카메룬에 우리나라 전자정부 수출 사상 최대 규모인 2700억원에 유니패스를 수출한 일을 꼽았다.
유니패스 수출을 진두지휘한 남 사무관은 수출에 기여한 공을 인정 받아 2015년 올해의 관세인에 선정되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했다.
남 사무관이 밝힌 카메룬 유니패스 수출 이야기는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카메룬 재무부장관이 방한해 유니패스에 대한 설명과 시연의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 카메룬 수출을 위한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남 사무관은 밝혔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유니패스 수출은 상대국 고위직의 관심 표명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카메룬도 그 중의 하나였다.
남 사무관은 이후 2013년 8월 관세행정 현대화 지원을 위한 사전타당성 조사를 실시했고 2014년 6월에는 관세행정 현대화 마스터플랜 수립 사업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4차례에 걸친 관세청장 회의를 포함해 관세청장이 세계관세기구(WCO)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카메룬 관세청장과 면담하는 등 3년 간 20여회의 교류가 있었다.
사실 세계 전자통관시스템 시장은 영국, 싱가포르 등 선발 국가들이 높은 인지도와 자금력을 앞세워 석권하고 있어 후발주자인 한국에게는 '레드오션'에 해당했다.
카메룬 수출도 UN이 보급하는 아시쿠다(ASYCUDA)라는 시스템과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했다.
남 사무관은 "카메룬 정부가 해외 유수의 다른 전자통관시스템을 저울질하다가, 2013년 우리나라가 탄자니아에 구축해 놓은 전자통관시스템을 카메룬 관세청장이 직접 견학하고 나서 유니패스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일이 기억이 남는다"고 말했다.
즉 탄자니아에 구축되어 있던 유니패스를 지켜 본 카메룬 관세청장이 이때부터 마음의 추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남 사무관은 또 "2014년 카메룬 정부의 재정 부족으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는데 우리나라가 민관 협력방식을 제안했던 것도 계약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전했다.
민관 협력방식이란 민간자본으로 시스템을 먼저 구축한 뒤에 사용자로부터 이용료를 징수해 구축자금을 천천히 상환해 나가는 방식인데, 이 사업 방식을 카메룬 정부에서 승인을 받는 것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남 사무관은 "유니패스 수출은 우리나라 관세청이 쌓아 온 경험과 노하우를 함께 수출하는 것으로 행정한류 전파를 통해 통관행정의 국제표준을 선도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메룬 수출을 통해 국내 IT기업 20여개에게 해외 동반 진출의 기회를 부여하고 취업난 시대에 15년에 걸쳐 연간 220명씩의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30년 베테랑 관세인…하지만 '솔선수범'이 우선"
남 사무관은 관세청에서 근무한 지 30년째 되는 '베테랑' 관세인이다. 이 같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에게 대접받기보다 굳은 일은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남 사무관.
그는 "많은 관세인들이 그렇겠지만 관세청 선·후배님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며 "후배들은 또 그들의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러한 노력들이 관세청 조직 발전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 사무관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중 하나는 퇴근 후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그는 "모든 정부 중앙부처가 마찬가지겠지만 관세청 역시 퇴근 시간이 대체로 늦다. 평일에는 가끔씩 퇴근 후에 직원들과의 맥주 한잔으로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주말에는 트래킹으로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힘들고 치쳤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한 번 씩 자연 속을 걷다보면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 단련에 정말 큰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바쁜 업무로 인해 가족들에게 소홀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남 사무관은 "연로하신 부모님과 아내, 아들 둘이 있다"며 "관세청에 전입하면서 관사에서 생활하는 관계로 부모님을 자주 뵙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허락될 때에는 가끔씩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곳에 여행을 하며 죄송한 마음을 조금씩 갚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