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제작 시스템의 장점을 살린 '태양의 후예' <사진: KBS '태양의 후예'>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넌다는 속담이 있다. 잘 아는 일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라는 선조들의 조언처럼 충분한 시간을 갖고 탄탄하게 만들어진 작품은 대중의 환호를 이끌어낼 수 있다.
사전제작 드라마란 방송과 거의 동시에 촬영에 임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마지막 촬영까지 모두 마치고 방영하는 시스템이다.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는 이미 100% 사전제작 방식으로 드라마 제작이 이뤄져왔다. 다만 사전제작은 시청자들의 의견이 스토리에 개입될 수 없어 안방극장 공략이 어렵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도 세계적 추세에 맞춰 2008년부터 사전제작 드라마를 제작했으나 번번이 흥행에 실패했다.
◆ 아쉬운 성적을 남긴 '로드 넘버원' <사진: MBC '로드넘버원' 홈페이지>
2008년 SBS '비천무'(8.0%), '사랑해'(9.0%), 2009년 MBC '친구, 우리들의 전설'(6.7%), '2009외인구단'(7.8%), 2010년 MBC '로드 넘버원'(6.2%), 2011년 SBS '파라다이스목장'(8.9%) 등 사전제작 드라마 대부분이 시청률 한 자릿수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첫 방송된 '태양의 후예'는 달랐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가진 우려 속에 출발했으나 이전과 달리 올 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14.3%의 높은 시청률로 출발한 '태양의 후예'는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이후 재미있는 극본과 제작진의 세련된 영상미,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어우러져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태후앓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을 정도.
'태양의 후예'의 배경수 책임프로듀서는 한 매체를 통해 "제작비 부족에 시달리지 않았고 시간적 여유까지 있어 연출진은 중요도가 높은 후반작업도 순조롭게 진행했다"며 "전반적으로 높은 완성도가 시청률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주연을 맡은 배우 송혜교는 "급하게 찍지 않아 이야기 할 시간이 많았다"며 "여유가 있으니 대본을 보면서 감정선을 심도 깊게 연구할 수 있었다"고 사전제작의 이점을 밝혔다.
'태양의 후예' 외에도 올 하반기 '함부로 애틋하게', '사임당, 더 허스토리', '보보경심; 려', '화랑 : 더 비기닝' 등의 작품이 사전제작을 통해 안방극장을 찾아갈 예정. '태양의 후예'가 입증한 사전제작 방식이 우리나라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