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

글자 크기조절

글자 크기가 적당하신가요?

[변상근 칼럼]

청년실업, '반짝대책' 대신 정공법으로 풀자

조세일보 / 변상근 논설고문 | 2018.03.21 08:30

정부가 최악의 청년실업 문제를 풀기 위해 이른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제5차 일자리위원회가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발표한 이번 대책은 청년 취업난과 중소기업 구인난을 동시에 풀어보자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정부는 향후 4년여 동안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이른바 '에코세대'가 대거 구직 시장에 뛰어들면 현재 9.8%인 청년실업률이 12% 수준으로 치솟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 만 27세가 되는 1991년생부터 향후 4∼5년 동안 고용시장에 쏟아져 들어올 20대 후반 취업인구는 줄잡아 39만여 명, 이들을 방치할 경우 실업의 장기화는 물론 인적자본 손실을 통한 경제성장능력 저하로 '국가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 수는 10만4000명에 그쳤다. 월평균 30만 명대를 유지하던 취업자 증가폭은 3분의 1 토막 났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큰 도소매, 숙박·음식, 사업시설관리·지원업 등 세 업종에서만 14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특히 피부로 느끼는 청년체감 실업률은 20%를 웃돈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이란 수식어를 붙인 것도 지난 10년간 21차례나 발표된 청년일자리 대책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한 세대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청년들은 고용절벽에 아우성인데 중소·중견 기업들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모순된 현상을 해결해야한다”며 야당의 반대에도 2년 연속 추경 편성 공식화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과거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대책들은 청년들에게 임시직이나 비정규직 등 한시적 일자리제공에 주력했지만 이번 대책은 정규직 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중소ㆍ중견기업이 청년 1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1명분 임금으로 매년 900만원씩 3년간 기업에 지원하고 고용을 늘릴수록 법인세도 크게 깎아주기로 했다.  

취업자에게는 5년간 소득세 전액을 면제해주고 본인이 3년간 600만원을 모으면 기업과 정부가 각각 600만원, 1,800만원을 보태 3,000만원의 목돈도 마련해 준다. 주거비와 교통비 도 지원하고 청년 창업자 1만명에게 성공 시에만 상환하는 조건으로 1000만원을 지원한다.

새로 중소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해 세금면제, 목돈마련, 전월세 저리대출, 교통비지원을 모두 받으면 총 혜택이 한 사람당 연 1035만원이 된다는 계산이다.

기업이 정부에서 보조받은 만큼 재직자 월급을 올려주면 중소기업도 대기업 못지않은 직장이 될 수 있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4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키로 했다. 이 같은 세제혜택과 재정투입으로 앞으로 4년간(2018~2021년) 18만~22만 명의 고용을 창출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청년일자리 대책의 골격 자체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지원규모와 대상을 확대했고, 취업청년(34세 이하)에게 5년간 소득세를 100% 면제해주는 방안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면서 생긴 빈 일자리는 20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세금을 통해 소득을 올려줘 이런 일자리 미스매치(수급불일치)를 해소해보겠다는 취지이지만 이 정도 '당근'으로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이번 대책은 3~4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2021년 후에 어떻게 하겠다는 언급은 없다. 지원기간이 한시적이어서 생애소득 면에서 여전히 대기업과 격차가 크고 직장 안정성과 사회적 인식 등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비(非)임금적 요인은 그대로 남아있다.

청년 실업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위기의식은 백번 옳다. 일자리를 갖지 못한 상태로는 결혼과 출산이 꺼려지고 실업의 장기화는 노후, 의료비, 국가 재정 등 거의 모든 부문에 악영향을 미쳐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구직자들의 중소기업 기피 관행이 단순한 소득지원 대책으로 극복될 수 있다고 본다면 이는 단견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것은 연봉뿐만 아니라 복지 혜택, 근무환경, 안정적인 미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우리의 청년 취업난이 유독 심각한 데는 노동시장의 이중성과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등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경제 전반의 개조, 패러다임의 전환 없이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한 난제다.

최근 5년 동안 10조원 넘는 예산이 일자리 창출에 투입됐는데도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노동시장ㆍ교육제도 개혁, 산업경쟁력 강화 등 구조적 대책의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문제는 놔둔 채 단기적인 재정지원만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취업지망생들이 대기업과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보수가 많아도 언제 망할지 모른다'며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한 상황에서 재정을 통해 소득을 직간접적으로, 그것도 한시적으로 올려주는 지원책은 보여주기 식 '반짝' 대책이 되기 십상이다.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모두가 임금과 복지수준이 낮고 근로조건이 열악한 것은 아니다. 세계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보유한 '히든챔피언'이 즐비하고,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해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을 도입하는 등 우리 중소기업들의 얼굴도 날로 달라지고 있다. 교육체계 개편과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묵은 편견을 불식시키는 사회적 노력도 절실하다.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만들어진다.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리려면 노동수요자인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필요하게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고, 규제혁신으로 신산업을 키우고, 공무원과 기득권 노조 설득을 통한 노동구조개선으로 기업들의 숨통을 터 줘야한다. 

세계는 지금 일자리 전쟁 중이다. 자국 내 기업을 유치하기위해 세금을 내리고 다투어 규제를 푸는 등 각국이 안간힘이다. 새 일자리 창출 못지않게 있는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일도 중요하다.

국내 글로벌 대기업 7곳은 2010~2016년 국내 고용은 2만 명 늘렸지만, 해외에선 15만 명을 더 채용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에 국내 직원 수는 소폭 줄이고 해외 일자리는 10만 개 이상 늘렸다. 일자리 문제는 산업정책으로 풀어야한다는 논거도 여기에 있다. 

청년실업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단칼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조급하게 '반짝'대책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공법으로 일자리 정책의 기본 틀부터 다시 짜는 정책적 인내와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변상근 논설고문

[약력]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워싱턴 특파원, 중앙일보 워싱턴 주재 부국장, 경제담당 부국장, 편집국장 대리, 논설위원·고문 역임. 고대, 서강대, 외대 언론대학원 초빙교수 역임, 한양대 겸임교수(현)
[저작권자 ⓒ 조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끈한 토픽·쏠솔한 정보 조세일보 페이스북 초대합니다.

관련기사

Copyright ⓒ Joseilbo.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