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서 통합 신설요구 현실 감안 '반대'
"국세청 정치중립…청장 의지.노력 중요"
"세무조사, 조세목적 외 사용해선 안돼"
"법과 원칙 따라 소신있게 국세행정 운영"
"소통의 리더십 발휘, 인사시스템 개선"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의 국세행정 현안 전반에 걸친 '철학'은 무엇일까.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된 백용호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백 내정자의 국세행정 운영 방향 및 현안 전반에 대한 철학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백 내정자가 세무행정과 관련해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은 경험이 없고 인사청문회 준비기간이 짧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밀한 부분까지 점검해 본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다만 주요 현안 등에 대한 큰 줄기는 충분히 가늠이 가능하다.
□ 국세청 정치중립…"청장 의지, 노력이 중요"= 백 내정자는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정치독립)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겠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세정을 운영하려는 국세청장의 의지와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백 내정자는 "(저의)평소 소신은 법과 원칙에 따른 행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평·투명하게 세법을 집행하고 국민의 성실한 납세의무 이행을 지원하는 기본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국세행정 운영에 있어서도 이러한 소신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백 내정자는 세무조사 행정과 관련해 "국세청은 권력기관이 아니라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라고 전제한 뒤 "세무조사도 조세목적 외 다른 목적이나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국세기본법 및 세법에서 정한 원칙과 절차에 충실해 운영할 것"이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백 내정자는 또 "국세청 고위직과 관련한 불미스런 사건이 연이어 발생, 국민신뢰가 손상되고 직원사기도 떨어졌다"며 "국세청에 대한 국민신뢰 회복이 중요하며 국세청장에 취임하면 국세청이 징세행정 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국세청 조직개편, "신중한 검토 필요"=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국세청 조직개편과 관련해 백 내정자는 뚜렷한 입장표명을 유보한 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만 밝혔다.
백 내정자는 "조직은 최소 10년 이상 장기간을 전제로 운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며 "조직체계 개편은 단년도 체제로 얼마든지 변경이 가능한 인사 등의 사안보다 훨씬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내정자는 조직개편의 중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는 외부감독위원회 설치, 지방국세청 폐지 등과 관련해서는 "외부감독위원회 설치는 '옥상옥'이라는 등 반대 의견이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지방청 폐지도 폐지 후 국세행정이 제대로 집행 가능한지 납세서비스 문제는 없는지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내정자는 특히 "외부감독위원회 설치 여부를 논하기보다는 그 취지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국세행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무서 통합 등과 관련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세무서 신설을 요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고 조직관리의 어려움, 민원인 접근성 및 편의성 감소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 "국세청 '소통의 리더십'으로 운영할 것"= 백 내정자는 "향후 국세행정은 '소통의 리더십'을 통해 운영할 생각"이라며 "국민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먼저 청장부터 내부직원들의 신뢰를 받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직원들과 하나가 되어 조직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어 오던 국세청장의 인사권 독점 문제와 관련한 견해도 밝혔다. 인사에 있어서도 '소통'의 통로를 만들어 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백 내정자는 "전국적인 기관간의 전보, 동일 업무의 전국적 추진 등 국세청 특성으로 인해 인사권을 청장이 행사해야 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인사기준과 승진.전보 인사를 객관적 입장에서 논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직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을 개선, 인사권 집중을 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백 내정자는 아울러 국세청 직원들의 청렴성 제고를 위해 "청렴하고 투명한 공직문화 정착을 위해 청렴활동 내용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청렴 마일리지제도' 도입, 부당 청탁 압력 행위에 대한 '내부고발활성화 방안' 등을 통해 청렴도를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내정자는 이어 "이 밖에도 내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국세공무원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제고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동일 전 나주세무서 조사관 사건과 관련해 백 내정자는 "소속 지방청(광주국세청)이 법령 규정에 따라 징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로서는)징계를 번복하기 어렵고 법적 절차에 따라 다툴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내정자는 이어 "앞으로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내부비판에 대해서는 국세행정에 발전적인 방향에서 유연한 자세로 수용할 것"이라며 "다만 공직자는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고 일반인에 비해 보다 높은 품위유지 의무가 있으므로, 비판에도 절도와 절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