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표 부동산정책, 효과는 글쎄?" = 정부가 지난 1일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발표 이후 주택시장에는 취득세·양도세 면제 등 세제혜택에 힘입어 침체된 주택거래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부동산 및 조세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주택거래를 정상화시킬 근본적인 방안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며, 시장에 미칠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일 주택거래를 활성화시킬 세제·금융지원을 총동원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침체된 주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 신규·미분양주택 등 양도세 5년간 면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 등 주택거래 관련 세부담을 대폭 완화해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주택시장에는 벌써부터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취득세·양도세 면제 등의 세제혜택에 힘입어 꺼져가던 주택거래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다는 긍정적인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도 이번 대책이 수도권과 지방에 관계없이 골고루 전국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가 현 시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및 조세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주택거래를 정상화하는데 한계가 존재하며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세제혜택으로 주택 거래량 단기적으로 늘어나는 '반짝' 효과를 기대할 순 있지만 기대했던 DTI(총부채상환비율)·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 완화가 제외됐고, 경기불안 등으로 향후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팽배해 거래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 혜택도 '아이디어'는 좋지만,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로 제한된 소득요건이 너무 팍팍하게 설정돼 있는 등 실제로 혜택을 볼 수혜자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지방세인 취득세 감면을 선택한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세수부족분을 보전해줄 방침이지만, 계속될 지자체 세수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담배소비세 인상 등 지방세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시장반응 "주택거래 정상화에 긍정적"…DTI·LTV 제외 '아쉬움' = 우선 주택시장 관계자들은 정부의 4·1 주택대책에 대해 거래 정상화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일단 전반적으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는데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 양도세 5년간 면제 등이 주택거래를 늘리는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이번 대책이 실거주자들이 주택을 매입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연화 IBK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번 대책의 취득세 감면 대상은 생애최초 구입자에 한해 올해 연말까지 운영된다"며 "실거주자가 주택을 매입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양도세 면제 혜택도 과거에는 미분양분 해소 등 국지적·한시적으로 적용됐지만, 이번에는 대상범위가 확대되고 전방위적으로 적용해 획기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취득세·양도세 면제 등 세제혜택 지원이 단기적인 '반짝효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팀장은 "세금 혜택은 단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하지만 지방세수 부족 및 지자체에 대한 국고 지원으로 세제지원 방안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므로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DTI·LTV 규제 완화가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 점도 주택거래 정상화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라는 평가다.
김동수 실장은 "하우스 푸어나 렌트 푸어를 제외할 경우 DTI가 완화되지 않았는데, 주택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전반적으로 아쉽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김연화 팀장도 "보통 주택을 구입할 때 시세차익을 보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대책에서는 DTI를 완화하지 않았고, 경기불안 등 불확실성으로 향후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대책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미봉책에 보완점도 시급…"생애최초 구입자 소득요건 낮춰야" = 조세전문가들은 정부의 4·1 주택대책에 대해 주택거래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며, 각종 보완점도 꾸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부동산 거래가 침체될 때마다 거래세 등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의 대응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비판이다.
이상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부동산 대책은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조절하는 등 부동산 쪽에서 잡아야한다"며 "세금이 바로 효과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항상 세제를 내세워서는 안 되고,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정부가 이번 대책의 전면에 내세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 방안에 대해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대상을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가구로 설정했지만, 실제로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가구의 소득에 비해 한참 낮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지만, 그나마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이 대상인지는 명확하지가 않다"고 "부부합산 연소득 기준은 6000만원 이하로 제한했는데 주택가격은 6억원 이하인 점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30대 젊은층 외에 40∼50대 가구도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가 많은데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실적으로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이상인 가구가 많으므로 소득기준을 8000만원 수준까지는 높여야 수혜자가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 취득세 면제 여파, "담배세 인상으로 불똥" = 한편 정부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에게 취득세를 면제해주기로 결정함에 따라, 가뜩이나 곳간이 바닥난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상태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록 정부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를 시행함에 따라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2400억원 가량의 취득세수를 지자체에 전액 보전해줄 방침이지만, 복지재원 마련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잖은 중앙정부가 지속적으로 세수부족분을 지원해줄지도 의문이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취득세의 경우 지방세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중앙정부에서도 결국은 무턱대고 취득세 감소분을 지자체에 대줄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홍 교수는 지자체에서 취득세 감면에 따른 세원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해달라는 요청을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가능성이 높고, 지방세수 확충을 위해 담배소비세 등 지방세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이번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으로 취득세를 면제해 준 만큼 정부가 지자체에 세수를 보전해줘야 하지만 중앙정부도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을 더 끌어와야 하는 입장"이라며 "중앙정부에서 결국 담배세 인상 등 지방세수를 늘릴 방안을 마련해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