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국민 편의 증진 차원에서 찬성하는 목소리와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훈 인천국제공항공사 상업영업처장은 9일 새누리당 안효대 의원이 주최한 '입국장 면세점 도입의 필요성 정책토론회'에서 "지난 10년 동안 인천공항공사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4%가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찬성했다"며 면세점 설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 처장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02년부터 10년간 총 9차례 입국장 면세점 설치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7~90%가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처장은 이를 근거로 "2012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국내 면세점 쇼핑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로 '구입한도 증액'에 이어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꼽혔다"며 "국민 대다수가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희영 한국항공대 항공경영대학 교수는 "국민이 입국장 면세점을 원한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맞는 것이냐는 의문이 든다"며 "설문조사에 맹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허 교수는 "비과세 혜택은 줄이면서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비교적 여유있는 계층이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면세점 시장은 신라와 롯데가 80%를 차지한다.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면 대기업의 시장 지배가 심화될 것"이라며 "차라리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는 비과세 혜택은 그대로 놔두고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국민 의식 향상" VS 재정부 "조세정의 어긋나"
정부부처 내에서도 기관별로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뚜렷했다.
김명운 국토교통부 항공정책과장은 "이제는 입국 전에 면세점 쇼핑을 허용해도 국민 의식이 성숙해서 문제가 없다"며 "인천공항이 해외 공항과 경쟁하기 위해선 입국장 면세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과소비 문제와 조세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하는데 국민 의식이 높아졌다"며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믿고 현장 중심으로 국민에 맞는 행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주태현 기획재정부 관세제도과장은 "국민이 희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국민들 중에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라며 "국민 전체가 원한다고 하기에는 (아직은 부족하다.)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과장은 "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관세청이나 법무부에서 어려움이 있다"며 "세관에선 입국자가 수하물을 찾는 것이 지연되고 세관검사가 지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일부에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외화유출을 막을 것이라고 하는데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이 대부분 외국물품이다. 외화유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는 것은 아직 더 고려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 행정편의만 생각하냐" 쓴소리
토론을 마치고 한 청중이 입국장 인도장 설치를 제안했다.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하는 것이 어렵다면 여행자의 편의를 위해 출국할 때 샀던 물품을 입국할 때 인도받는 인도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주 과장은 "기본적으로 여행자 휴대품을 면세해주는 이유는 해외여행을 갈 때, 거기서 다 소비하라는 것"이라며 "입국장 인도장은 국내에서 소비를 하기 위해 보관할 장소를 만들어달라는 것인데 조세이론상 이는 맞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를 듣던 한 청중은 "공무원들이 너무 행정 편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출국할 때 산 물건을 어떻게 해외에서 다 쓰고 오느냐"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입국장 면세점을 반대했던 허 교수도 "여행 중에 물건을 다 소비하라는 것은 좀 무리"라며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하지 않고 휴대물품을 공항 어딘가에 맡기고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과장은 "조세정책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론적으로 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이 그렇다고 해서 (면세점 인도장을 허용해주는 것은) 조세이론에 맞지 않고 정책도 흐트러질 수 있다"며 "면세는 편의를 위해 해주는 것인데, 해외 여행객들은 대부분 출국장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고 새 물건을 그대로 들고 오는 것이 심하다"라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