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국회의원으로 이해"…尹 "끄집어내란 지시 가능한가"
의원? 요원? 인원?…곽종근은 인원·김용현은 요원
尹측 증인 박춘섭 경제수석, '대왕고래' 예산삭감 등 거론
野 "전시·사변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계엄 요건 갖춰지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앞줄 왼쪽)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피청구인 측 답변을 듣다 손으로 변호인을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는지를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분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이뤄졌다면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을 저지한 위헌적인 '국회의 정치활동 금지' 행위로 중대한 탄핵심판 판단 요소로 지적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6일)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에서 곽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의 지시를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이해했다고 증언하자 윤 대통령 측은 증언의 신빙성을 파고들었다.
곽 전 사령관은 증인신문에서 지난해 12월 4일 오전 0시 30분께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아직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았다는 말을 근거로 '인원'이란 당시 본회의장 안에 들어가 있던 국회의원들을 뜻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국회 측이 '(윤 대통령이) 데리고 나오라 지시한 대상이 의사당 안 국회의원들이 맞냐'고 묻자 "당시 본관 안에 작전 요원들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의원이라 이해했다"고 말했다.
다만 곽 전 사령관은 정형식 재판관의 질문에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이라는 말을 직접 들은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전화했다는 사실만 인정할 뿐 어떤 지시를 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 증언이 끝나자 발언권을 얻어 "만약에 지시했다면 (계엄 해제) 투표가 끝날 때까지 한두 차례라도 저나 장관이 어떻게 된 거냐고 확인하는 게 상례"라며 "방법이 있겠냐고 상의하고 어떻게 해보라, 이렇게 말하는 게 상식이지 다짜고짜 전화해서 의결정족수 안 되게 막아라. 끄집어내라 이런 지시가 공직사회에서 상하간에 가능한 이야기인지 상식선에서 재판관들께서 들여다봐달라"고 반박했다.
'끄집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이 맞는다고 할 때도 그 대상이 누구였는가에 대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요원들을 끌어내라고 한 것"이라고 말해 엇갈린다.
앞서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 4차 변론 증언에서 계엄 당시 국회의사당 내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군 병력 요원하고 국회 직원들하고 밀고 당기고 하면서 혼잡한 상황이 있었다"며 "잘못하다가 압사 사고가 나겠다, 이러면 국민도 피해가 생기겠지만 장병들도 피해가 생기겠다(고 생각해) 일단 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는 지시였는데 곽 전 사령관 등이 잘못 들었다는 것이다.
한편 윤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은 이날 헌재 탄핵심판 변론을 마친 뒤 엇갈린 평을 내놨다.
국회 측은 곽 전 사령관과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의 증언으로 탄핵 사유가 명백히 입증됐다고 평가한 반면, 윤 대통령 측은 곽 전 사령관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왜곡된 진술이 많다고 했다.
탄핵소추단인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들었다고 분명히 증언했다"며 "탄핵소추 사유의 매우 중요한 부분에 대한 명백한 증명이 잘 됐다"고 말했다.
국회 대리인 장순욱 변호사는 곽 전 사령관 증언의 신빙성이 흔들릴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며 "워딩이 구체적으로 뭐가 됐든 사태 초기부터 해온 얘기가 있지 않나. 합리적 판단을 하시는 분들은 다 공통된 결론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왜 왜곡된 진술이 나와야 하는지, 특정 목적에 맞춰진 분들이 많아 안타깝다"면서 "사람을 '인원'으로 표현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고, 인원이란 표현을 대통령이 썼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인원이 맞지 않는다면 (곽 전 사령관) 말 전체가 신빙성이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끌어내라는 얘기를 하려면 그 적은 병력으로는 불가능하다"면서 "의결을 막을 것 같으면 처음부터 완전 봉쇄를 할 것인데 지금까지 증인 누구도 사전 봉쇄를 했다는 진술을 한 사람이 없다"라고도 말했다.
윤 대통령 측 증인으로 나온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변론에서 계엄과 관련해 "줄탄핵이나 재정 부담이 많은 입법 문제, 그리고 예산 단독 삭감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대왕고래'로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의 예산 삭감을 언급했다.
박 수석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대왕고래 사업에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한 것을 아느냐는 국회 측 질의에는 "얘기는 들었다"고 답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박 수석 증언에 대해 "오히려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계엄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엄을 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